솔직히 저는 비트코인을 오랫동안 그냥 투기판 정도로 여겼습니다.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숫자 놀음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금본위제가 왜 생겼는지, 브레튼우즈 체제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리고 1971년 닉슨 쇼크가 왜 일어났는지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역사를 읽으면 지금 비트코인이 어디쯤 서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감기 이후 18개월, 그리고 MVRV Z스코어가 말해주는 것
제가 처음 이 지표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무슨 소린지 몰랐습니다. MVRV Z스코어(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 Z-Score)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었으니까요. 여기서 MVRV Z스코어란 비트코인의 현재 시가총액과 실현 시가총액 사이의 괴리를 통계적으로 표준화한 값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익 구간에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값이 0 이하라면 대부분의 보유자가 손실 구간에 있다는 뜻이고, 6을 넘으면 시장 전체가 과열 상태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역사적으로 MVRV Z스코어가 0에서 -1 사이에 있을 때 비트코인은 강하게 반등해 왔습니다. 반대로 6을 넘었을 때는 어김없이 급락이 뒤따랐고요. 현재 이 수치는 2점대에 머물고 있어 아직 고점이라 보기 어렵지만, 한 달 만에 6까지 치솟은 사례가 역사적으로 반복됐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2024년 4월에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가 있었습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로, 약 4년마다 한 번씩 발생하며 공급 감소를 통해 희소성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과거 패턴상 반감기 이후 약 18개월이 지나면 시장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급등 이후 급락, 혹은 지루한 횡보 끝에 폭발적 상승이 나타났죠. 지금은 바로 그 18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입니다(출처: CoinMetrics).
2025년 4분기, 특히 11월과 12월이 중요한 분기점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 올해 말 비트코인이 2억 원 언저리까지 오른다면, 이후 50% 안팎의 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 올해 큰 움직임 없이 마무리된다면, 2026년이 본격적인 상승 구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알트코인(Alternative Coin), 즉 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들은 이 상승 구간에서 단기간에 수십 배, 드물게는 100배 이상 오르는 사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장세는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꺼졌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그 사이클을 놓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오를 때 못 팔고, 내릴 때 패닉 셀을 했다는 겁니다.
금이 왜 결국 실패했는가, 그리고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노리는 이유
제 경험상 비트코인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설득력 있었던 부분이 바로 금의 역사였습니다. 금은 수천 년 동안 화폐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했습니다. 녹슬지 않고, 분할 가능하고, 희소하며,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속성을 가집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진위 판별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실물 금은 전문 장비 없이 순도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인도에서 실시된 표본 조사에서 전당포에 맡긴 금붙이의 80% 이상이 함량이 조작된 채로 반환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표준 금화를 만들었으며, 결국 금을 장악한 국가는 금의 순도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시뇨리지(Seigniorage)라고 하는 화폐 발행 차익을 챙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시뇨리지란 국가가 화폐를 발행할 때 그 제조 비용과 액면가 사이의 차익을 취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그렇게 금본위제는 서서히 훼손됐고, 1971년 닉슨 쇼크를 기점으로 달러와 금의 교환 약속은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습니다(출처: Federal Reserve History).
비트코인은 이 구조적 결함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비트코인은 위조가 불가능합니다.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분산 원장 기술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 주체가 순도를 낮추거나 발행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란 거래 내역을 수많은 참여자가 동시에 검증하고 저장하는 구조로, 단 하나의 기관도 전체 장부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습니다.
이더리움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기반으로 설계된 플랫폼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란 계약 조건을 코드로 미리 설정해두면 조건이 충족될 때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속 자산을 특정 나이가 됐을 때만 전달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변호사나 회계사 없이도요.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의 50% 이상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더리움이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인프라에 편입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더리움이나 리플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커질수록, 이더나 리플의 가격이 오르면 가스비(네트워크 수수료)도 같이 오르지 않냐는 겁니다. 가스비가 비싸지면 실제 사용자, 특히 소액 거래 이용자들은 다른 체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2025년 5월 "우리도 비트코인처럼 단순해지자"는 발언을 한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복잡한 사용성보다 레이어 1의 보안성과 희소성에 집중하고, 나머지 기능은 레이어 2(Layer 2)나 사이드체인으로 분산하겠다는 방향 전환입니다. 레이어 2란 메인 블록체인 위에 별도로 구축되는 보조 네트워크로, 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됩니다.
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리면, 비트코인이 금 시가총액을 넘는 것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금은 시가총액 30조 달러를 돌파했고 비트코인은 2조 달러 남짓으로, 약 15배 차이입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지난 16년간 보여준 성장 속도를 보면, 10년 안에 그 격차가 크게 좁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질서 안에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는 앞으로 5년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당장 큰 금액을 한꺼번에 넣는 것보다, 기회가 될 때마다 비트코인을 조금씩 모아가는 방식이 2025년 4분기처럼 불확실한 시기에는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한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