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작년 말만 해도 비트코인이 계속 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전략 비축 자산 편입을 선언하면서 시장이 들썩였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들어 6만 달러 후반대까지 떨어지는 걸 보면서, 제가 놓친 게 뭔지 다시 찾아봤습니다. 비트코인 급락은 단순한 악재 하나 때문이 아니라, 반감기 사이클과 금리 정책,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실제 행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반감기 사이클과 변동성의 진실
비트코인에는 4년마다 찾아오는 반감기(Halving)라는 주기가 있습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말하는데,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반감기 이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가격이 급등했고, 18개월이 지나면 하락장에 접어들었습니다(출처: 한국블록체인학회).
제가 직접 2017년부터 시장을 지켜본 결과, 이 사이클은 꽤 정확하게 반복됐습니다. 당시 1,000달러였던 비트코인이 2만 달러까지 올랐다가 3,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작년 12월 12만 6,000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이 지금 6만 달러 후반대라면, 최고점 대비 약 46% 하락한 셈입니다. 역대 하락장에서는 70~87%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으니, 과거 사이클이 반복된다면 더 내려갈 여지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반감기 사이클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비트코인 시총이 워낙 커져서 과거처럼 단순한 공급 감소만으로는 가격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거죠. 실제로 지금은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기관 투자자들의 ETF 매수 규모, 글로벌 유동성 같은 거시경제 변수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과거와 다른 시장 구조를 느꼈습니다.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니라 '위험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함께 하락하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졌고, 금리가 오르면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요즘 비트코인 차트를 보면 나스닥이나 S&P500 지수와 움직임이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2024년 미국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자 비트코인도 한동안 횡보했고,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트럼프 정책과 국채 전략의 이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비트코인을 전략 비축 자산으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은 환호했습니다. 처음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5개 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보유하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상무부 장관이 "세금으로 비트코인을 사진 않겠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은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이 발언 하나로 비트코인 가격이 5% 넘게 빠졌던 걸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변수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정책의 진짜 목적이 비트코인 가격 부양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2025년 기준 36조 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이자만 1조 1,600억 달러에 달합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건 국방비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역사적으로 제국이 무너질 때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이자 부담이 국방비를 넘어서는 순간입니다. 미국이 지금 그 위기에 직면한 겁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1로 고정된 디지털 화폐인데, 발행사들이 담보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커지고, 스테이블코인 수요도 늘어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나면 국채 매수 여력이 생기고, 국채 수요가 늘면 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자 부담도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제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통과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사용하도록 법적 의무가 생겼습니다. 이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국채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정책입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절반 가까이 내다 판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국채 시장을 지탱하려는 겁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러시아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동결당한 사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미국 국채를 대거 처분했죠. 그 빈자리를 스테이블코인이 메우는 구조입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 국채를 사지 않지만, 중국 국민들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는 셈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이 우회 전략은 꽤 치밀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올라야 합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장기 하락장에 접어들면 스테이블코인 수요도 줄고, 국채 매수 여력도 사라집니다. 지금 시장이 불안한 이유는 트럼프의 말과 실제 정책 사이에 간극이 있고, 금리 정책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분간 비트코인이 6만~8만 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제가 2014년에 고려대에서 비트코인 ATM 설치 행사를 취재했던 기자분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그분은 당시 비트코인 한 개가 20만 원일 때부터 매달 20만 원씩 분할 매수를 시작했고, 2017년에 비트코인이 2,500만 원이 됐을 때 큰 수익을 냈다고 합니다. 저는 그때 그 전략을 따라 하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단기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정리하면, 비트코인 급락은 반감기 사이클, 금리 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실제 행보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앞으로 미국 금융위기 조짐이 현실화되면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비트코인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자산의 위상이 더 커질 거라는 전망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제 경험상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5년 이상 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가장 안전한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