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주가 폭락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20억 달러나 웃도는 681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장이 열리자마자 5% 이상 빠지는 걸 보면서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단순히 차익실현이나 투자 심리로 설명하기엔 낙폭이 너무 컸거든요. 제가 직접 옵션 시장을 들여다보니 1,564만 건이라는 역사적 규모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쌓여 있었고, 대부분이 200달러 이상 콜옵션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여기서 미결제약정이란 아직 청산되지 않은 옵션 계약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이 숫자가 클수록 만기일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마스퀴즈를 막기 위한 알고리즘 매도
저도 처음엔 단순한 차익실현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시간 오전 10시 정각에 쏟아진 매도 물량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건 명백히 알고리즘 트레이딩(Algorithmic Trading)에 의한 조직적인 매도였거든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란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전에 설정된 수학적 공식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를 실행하는 방식인데,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1초에 수천 번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분석한 바로는 이번 폭락의 핵심 메커니즘은 감마스퀴즈(Gamma Squeeze)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여기서 감마스퀴즈란 콜옵션 매수 물량이 급증할 때, 옵션을 판 기관들이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현물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서 주가가 눈덩이처럼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주가 상승이 또 다른 주가 상승을 부르는 연쇄 반응이죠.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 개인 투자자들은 실적이 좋을 것이라 예상하고 200달러 이상 콜옵션에 엄청난 돈을 걸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데이터로는 당시 주가가 190달러 중반이었는데, 200달러 행사가(Strike Price) 옵션에만 수백만 건이 몰려 있었어요. 행사가란 옵션 계약에서 정해진 매수 가격을 의미하는데, 실제 주가가 이 가격을 넘으면 옵션 매수자는 이익을 보고 판매자는 손실을 봅니다.
문제는 주가가 실제로 200달러를 넘어가면 옵션을 판 마켓메이커(Market Maker)들이 손실을 헤지(Hedge)하기 위해 엔비디아 현물을 대량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마켓메이커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전문 금융기관으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사이의 스프레드(가격 차이)로 수익을 내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현물을 사기 시작하면 주가가 더 오르고, 그러면 또 다른 옵션 계약의 손실을 막기 위해 더 많은 현물을 사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죠. 이게 바로 감마스퀴즈입니다.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같은 대형 마켓메이커는 이 연쇄 반응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현물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눌러버린 겁니다. 실제로 2월 26일 주가 흐름을 보면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3~4% 올랐다가, 정규장 개장 직후 10시 정각에 급락했거든요. 이런 패턴은 비트코인 시장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미국 시간 오전 10시에 매도 폭탄이 쏟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는 보고가 많았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저도 작년 10월 AI 관련 주식에 투자했다가 갑작스러운 대가리 찍힘으로 원금의 절반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옵션 시장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1월부터 매주 옵션 미결제약정과 맥스페인 가격을 체크하면서 나름의 분석 체계를 만들었죠. 그 덕분에 한 달 만에 손실을 거의 복구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맥스페인 이론과 제인스트리트의 시장 지배력
제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한 건 맥스페인(Max Pain) 이론의 정확한 작동이었습니다. 맥스페인이란 옵션 만기일에 옵션 매수자들의 손실이 최대화되고, 판매자의 이익이 최대화되는 주가 지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카지노에서 딜러가 룰렛 구슬을 아무도 배팅하지 않은 곳으로 유도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죠.
2월 26일 당시 엔비디아의 맥스페인 가격은 정확히 185달러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주가는 185달러까지 떨어진 후 반등했어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200달러 이상에 배팅한 개인 투자자들은 모두 콜옵션이 무용지물이 됐고, 옵션을 판 기관들은 계약금을 고스란히 챙긴 거죠.
여기서 용의자로 지목되는 곳이 바로 제인스트리트입니다. 이 회사는 직원이 3,000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직원 30만 명이 넘는 JP모건보다 실적이 좋은 괴물 같은 곳입니다. 제인스트리트는 양적 거래(Quantitative Trading) 기반의 세계 최대 마켓메이커로, 북미 주식 거래의 약 10%, ETF 거래의 25~40%를 담당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양적 거래란 수학, 물리학 등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시장의 비효율을 찾아내고 자동으로 매매하는 기법을 말하는데, 제인스트리트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제인스트리트의 2024년 순이익은 130억 달러(약 18조 원)였고, 2025년 3분기 누적 실적은 240억 달러(약 33조 원)로 JP모건을 앞섰습니다. 이 정도 자금력이면 엔비디아 같은 시총 1위 기업도 흔들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제인스트리트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그 막대한 규모 때문에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파생상품시장 동향).
제인스트리트가 이번 엔비디아 폭락의 범인으로 지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비트코인 시장에서도 반복된 미국 시간 오전 10시 정각의 매도 폭탄
- 알고리즘 매매만 가능한 대규모 물량의 순간적 투하
- 맥스페인 가격인 185달러에 정확히 맞춰진 주가 하락
저는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에 실적이 좋을 거라 예상하고 추가 매수했는데, 주가가 오히려 빠지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옵션 시장을 분석해보니 이게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구조적 문제라는 걸 알게 됐죠. 일반적으로 좋은 실적이 나오면 주가가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시장은 옵션, 선물 같은 파생상품의 수급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제인스트리트는 CEO가 없고 시니어 파트너 30~40명이 집단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도 극도로 꺼리고, 오캄(OCaml)이라는 아무도 쓰지 않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보안을 강화한다고 해요. 이런 비밀주의 때문에 딥스테이트(Deep State)나 거대 유대 자본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저는 음모론을 100% 믿지는 않지만, 제인스트리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의심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2022년 루나 사태 이후 파산한 FTX 거래소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와 그의 동업자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이 모두 제인스트리트 출신이거든요. 이들이 제인스트리트에서 알고리즘 매매와 시장조작 기법을 배웠다는 분석이 많고, 실제로 FTX 파산 과정에서 제인스트리트가 가장 큰 이익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제가 개인 투자자로서 느낀 건, 시장이 절대로 공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브로커를 통해 주식을 사면 내 포지션 정보가 마켓메이커에게 그대로 넘어가고, 이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반대 포지션을 취합니다. 특히 옵션이나 선물, 레버리지를 쓰는 경우엔 90% 이상 손실 볼 각오를 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제가 작년에 손실을 복구할 수 있었던 건 옵션 시장의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역이용했기 때문이에요.
제인스트리트가 이번에 엔비디아를 털어먹었다면, 역으로 생각해볼 여지도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개미들이 뭉쳐서 특정 종목을 끝까지 밀어올리면 제인스트리트 같은 해외 기관들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시장 구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정리하면, 이번 엔비디아 폭락은 단순한 차익실현이 아니라 옵션 시장의 감마스퀴즈를 막기 위한 마켓메이커의 조직적 매도였고, 그 배후에는 제인스트리트 같은 초대형 기관이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앞으로 엔비디아 같은 대형주에 투자할 때는 실적뿐 아니라 옵션 미결제약정과 맥스페인 가격도 함께 체크해야 합니다. 슈퍼컴퓨터로 무장한 전문가 집단을 이기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의 전략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매주 옵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이런 구조적 함정을 피하려고 합니다.